제목 세상나라와 하나님나라 No 4076
글쓴이 양인국(yiksh) 조회수 72
[ 날짜 :   2022-04-19 오후 8:50:19 ]
2022. 4. 20. 요19:1-16.
세상나라와 하나님 나라

1. 본문은 힘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세상의 모습과 사랑에 의하여 지배되고 있는 하나님 나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들의 사욕을 위하여 불의를 정의라고 말하며 의로우신 주님을 십자가에 못박은 권세자들을 통하여 힘이 지배하고 있는 세상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이들을 멸하실 수 있는 능력을 가지셨지만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하여 그리고 세상을 구원하기 위하여 자신의 힘을 사용하지 않으시고 묵묵히 골로다로 향하여 걸어가시는 주님의 모습에서 사랑에 의하여 지배되는 하나님 나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2. 힘을 가지고 세상을 지배하던 사람들 가운데 하나인 빌라도는 주님을 석방하려는 첫 번째 시도를 실패한 후 두 번째로 시도한 것은 타협이었다. 그는 고소자들이 주님을 미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 주고 그 대신 주님을 석방하도록 하려 했다. 그래서 그는 무죄한 주님을 채찍질했다. 로마의 군인들이 죄인을 채찍질 할 때에는 그 사람의 등을 완전히 드러내도록 하고 기둥에 묶었다. 채찍은 긴 가죽 끈으로 되어 있고 거기에는 납으로 된 알과 뾰족하게 만든 뼈가 몇 개 박혀 있어서 채찍에 맞는 사람의 등 가족을 할퀴게 했다. 그러므로 채찍에 맞은 사람은 의식을 잃거나 광란 상태에 빠지거나 심하면 죽는다. 또한 로마 군인들은 주님의 머리에 왕을 상징하는 가시로 만든 면류관을 만들어 씌우고 자색 옷을 입히고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19:3)”라고 말하며 주님을 조롱했다. 이후에 빌라도는 또 다시 주님을 밖으로 끌고 나와서 무리들에게 보이며 “보라 이 사람을 데리고 너희에게 나오나니 이는 내가 그에게서 아무 죄도 찾지 못한 것을 너희로 알게 하려 함이로라(19:4)”라고 말했다. 그가 이렇게 한 것은 한편으로는 재판장으로서 자신은 주님을 충분히 심문하였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을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고소자들에게 동족에 대한 동정심을 불러일으켜서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의도대로 주님을 석방하도록 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빌라도가 이처럼 행한 것은 사욕(私慾)을 위한 것이었을 뿐, 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죄인 취급을 받으며 고통당하고 계신 주님에 대한 연민이나 배려함이 조금도 없었다.

힘을 가지고 세상을 지배하던 사람들 가운데 다른 하나는 주님을 빌라도에게 고소한 유대의 지배걔급에 속한 자들이었다. 이들의 마음에는 주님에 대한 시기와 질투 그리고 미움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빌라도의 의도를 받아들일 만한 공간이 없었다. 빌라도의 이와 같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대제사장과 그의 하속들은 빌라도를 향하여 주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치며 “우리에게 법이 있으니 그 법대로 하면 그가 당연히 죽을 것은 그가 자기를 하나님의 아들이라 함이니이다(19:7)”라고 말했다. 빌라도는 유대인들의 말을 듣고 더욱 두려움을 갖게되어 주님을 다시 관정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주님께 자신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권한과 죽일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말하며 “너는 어디로서냐”라고 물었다. 그러나 주님은 그의 물음에 대하여 침묵으로 대답하셨다. 이처럼 주님께서 침묵하신 것은 빌라도는 이미 원칙을 포기한 자로서 다시 그에게 말해도 그가 불의로부터 돌이키지 않을 것을 아셨기 때문이며 또한 이 일은 하나님의 뜻 가운데 이루어지는 일로서 주님께서 친히 십자가에 못 박히심으로 대속의 사역을 완성하심으로 끝나게 될 것을 아셨기 때문이었다. 이와 같이 침묵은 하나님의 뜻을 알고 그 뜻을 따르기로 확정한 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처럼 빌라도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주님을 석방하려고 했지만 결국 유대인들의 위협에 굴복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그들이 빌라도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대인들은 빌라도의 이런 행위에 대하여 “이 사람을 놓으면 가이사의 충신이 아니니이다 무릇 자기를 왕이라 하는 자는 가이사를 반역하는 것이니이다(19:12)”라고 말하며 빌라도를 위협했다. 빌라도는 유대인들의 뜻에 굴복하고 주님을 십자가에 못박도록 그들에게 넘겨주었다. 그는 로마의 충독으로서 권세를 잡은 자였으나 결국 더 큰 힘을 가진 자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힘으로 세상을 다스리려는 자들은 더 큰 힘을 가진 자들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진정한 정의란 존재하지 않고 더 큰 힘을 가진 자의 뜻이 바로 그들의 정의가 될 뿐이다.

우리는 이 재판의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과 주님 사이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모습을 본다. 하나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힘으로 정의라는 이름 아래 폭력을 행하는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그들의 폭력에 대하여 어떠한 저항도 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여 죽음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시는 주님의 모습이다. 여기 서로 다른 두 모습은 세상의 나라의 모습과 하나님 나라의 모습일 것이다. 주님을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소리치던 무리의 모습처럼 세상은 힘에 의하여 지배되고 있다. 그러므로 세상에서는 힘을 가진 자의 뜻이 곧 법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힘 있는 자들이 불의를 정의라고 할지라도 힘없는 자들은 그 법을 따를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사실은 세상에서는 힘없는 자들이 고통을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해 준다. 실제로 이와 같은 이유로 인하여 세상에는 고통과 탄식의 소리가 그칠 날이 없는 것이다. 이처럼 세상은 힘에 의해 지배받는 곳이기 때문에 세상이 추구하는 것들 가운데 가장 가치 있는 것은 힘이다. 실제로 사람들은 힘을 더하기 위하여 권력을 추구하고 지식을 추구하고 재물을 추구한다. 그러나 놀라운 사실은 사람들이 힘을 추구할수록 그곳에는 더 큰 다툼과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다툼은 어떤 형태로든지 더 큰 힘을 소유하려는 경쟁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힘을 가장 큰 가치로 여기고 이것을 추구하는 곳에서 다툼은 영원히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다툼이 더해 갈수록 황폐함도 더해 갈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는 힘에 의해 지배되는 곳이 아니고, 사랑에 의하여 지배되는 곳이다. 사랑이 지배되는 곳에서 사람들은 욕을 받을지라도 욕하지 않고, 고난을 받을지라도 위협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길을 온전히 하나님께 맡긴다. 우리는 이런 모습을 골고다를 향하여 묵묵히 걸어가시는 주님의 모습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주님은 모든 반대자들을 멸하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계셨음에도 불구하고 빌라도의 불의한 재판에 대하여 힘으로 대항하지 않으시고 백성들의 불의한 외침과 무지한 군병들의 참을 수 없는 희롱에 대해서도 힘으로 대항하지 않으셨다. 이렇게 하심으로 주님은 힘에 의하여 지배되는 세상을 온전히 정복하실 수 있으셨다. 주님은 힘에 대하여 힘으로 대항할 때, 거기에는 끝없는 다툼만 일어날 뿐이라는 것을 아셨기 때문에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가지고 계셨음에도 불구하고 힘을 사용하지 않으시고 십자가의 길을 택하신 것이다. 실제로 힘으로 힘을 대항할 때, 거기에는 완전한 승리가 있을 수 없다. 힘에 의하여 굴복된 사람은 그 마음속에 이긴 자에게 대한 분노와 반항심을 채우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더 큰 힘을 지닐 때, 반드시 이긴 자에 대하여 보복한다. 그러므로 힘이 지배하는 곳에는 끝없는 배반과 다툼이 반복되는 것이다. 여기 주님께서 걸어가신 십자가의 길이란 베드로가 말한 것처럼 “욕을 받으시되 대신 욕하지 아니하시고 고난을 받으시되 위협하지 아니하시고 오직 공의로 심판하시는 자에게 부탁하시며” 걸어가신 길이다. 그러므로 십자가의 길은 인간의 내면에 있는 모든 반항 의지를 굴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3. 함께 기도하자. 하나님, 힘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사랑에 따라 살게 해 주심으로 이로 인하여 세상에 하나님 나라의 모습을 드러나게 해 주시고, 사랑에 의하여 지배되는 하나님 나라에만 샬롬이 있음을 알게 해 주옵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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